[최현정 칼럼] 그래서 최자가 왜 불편하셨나요? 최자·설리, 사진제공=아메바컬처·SM엔터테인먼트
어이가 없는 방송이었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다큐플렉스-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가 내세운 기획의도는 아마도 고인과 관련해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당시의 상황들, 세간의 시선들, 그리고 고인이 겪었을 어려움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그 사이 독을 풀어놓았다. 과거 고인의 연인이었던 최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그것이다. 방송이후 PD는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최자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 했지만, 해당 방송에서 나온 최자와 관련된 이야기는 누가봐도 부정적인 내용 뿐이었다.
실제로 고인의 어머니는 "(최자와)열애설이 나기 전까지 행복했다"라고 했으며, 방송에 출연한 연예부 기자는 "첫 열애설 상대가 너무 나이가 많은 최자였다는게 문제였다. 입에 담기 어려운 악플이 달렸다"라고 했다. 또 평론가는 '최자'라는 활동명의 의미를 언급하며 그 때문에 성적대상화가 됐다고 지적했다.
티파니 영 역시 직접적으로 최자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연애가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어떻게 보아도 고인의 죽음의 이유를 최자에게 따지는 내용이 줄줄이 나오고, 최자에게 악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저 방송에서 '최자와 만나서 불행해졌다'고 주장하는 이야기는 말이 안되는 이야기들이다.
고인의 어머니는 본인 스스로 '공개연애 이후 직접 금전관리를 하겠다고 해서 모녀 관계가 단절됐다'고 말했다. 고인이 최자와 함께해 불행했다고 말할만한 입장이 아닌 것이다.
'첫 열애설의 상대가 나이가 많은 것이 문제'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게 따지면 나이차가 있는 상대와 공개 열애를 하다 결별한 아이돌은 모두 불행해져야 한다. 하지만 아이유와 장기하, 조현영과 알렉스, 지연과 이동건 등 그렇지 않은 사례도 많다.
누군가는 고인이 열애를 시작할 당시 겨우 스무살이었다며 '아직 사리분별이 명확하지 않을 시기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보다 어린 10대 청소년들의 비행과 범죄 사건을 보고 '이미 알 것 다 아는 나이'라며 보다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자가당착에 빠지는게 대중의 모습이다. 결국 나이는 상황에 맞게 갖다 붙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물론 톱스타간의 공개 열애에는 수 많은 시선이 따르고, 그로 인한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양쪽이 모두 똑같이 겪는 어려움이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책임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어려움의 원인을 어느 한쪽에서만 찾는다면, 그것은 다른 목적과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인의 죽음은 그 자체로 충격이고 비극이었지만, 그것이 더 안타까웠던 이유는 그 죽음을 자기 입맛에 맞게 이용하려는 세력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고인이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 한 방송사 PD에 의해 그 죽음의 이유를 그의 열애상대에게 찾으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PD본인은 '의도치 않았다'라고 했고 또 정말로 순수한 마음에서 그렇게 방송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묻고 싶다.
'그래서 최자가 왜 불편하셨나요? 만약 고인이 이 방송을 봤다면 과연 기뻐했을까요?'
최현정 기자 gagnrad@idol-chart.com저작권자 ⓒ 아이돌차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0.09.11 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