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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속 깊은 한량’ 정은지의 세 번째 위로 ‘혜화’
2018.10.1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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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8일, 자신의 첫 솔로앨범 ‘Dream’(드림)의 발매 쇼케이스에서 정은지는 “내가 원래 한량 기질이 있다. 그냥 평생 노래나 부르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필자의 뇌리에 깊이 남았던지, 정은지를 볼 때면 늘 ‘한량’, ‘베짱이’와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때문에 최근 드라마로, 에이핑크로, 영화배우로, 또 솔로 가수로 쉴 새 없이 활동을 몰아치고 있는 정은지의 모습은 어딘가 낯설어 보였다.
이에 정은지에게 “‘베짱이’ 이미지가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일을 몰아쳐서 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보았다.
“제가 그런 이미지인가요?”라며 반문하며 웃던 정은지는 이내 “그런 면이 없진 않은 것 같다”라고 일부 수긍했다.
이어 그녀는 “닥치면 일하는 스타일이다. 계속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전환도 필요하다. 떠나고, 여행 같은 것도 그렇고... 나는 헛헛한 마음이 쉴 때 많이 온 거 같다. 쉬다가 지쳐서 일을 한 건 아닌데, 그러고 싶다. 쉬기도 많이 쉬고 일도 열심히 하고 그러고 싶다. 그런데 내가 욕심이 많은 거 같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렇다”라고 최근의 ‘몰아치기’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몰아치기’라고 표현했지만, 새 솔로앨범 ‘혜화’는 어떻게 보면 정은지가 가장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앨범이다.
정은지는 “수록곡 중 ‘새벽’이란 곡은 ‘계절이 바뀌듯’ 전에 처음 쓴 곡이다. (솔로데뷔곡) ‘하늘바라기’보다 더 먼저 쓴 곡이다. 아빠가 새벽에 출근하는데 그러지 말고 편히 잤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곡이었다. 그 얘기가 ‘하늘바라기’에도 조금 녹아있다. 새벽에 듣기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에 내 앨범에서는 편안한, 따뜻한 사운드를 쓰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혜화’가 가장 오래전에 써두었던 음악이 수록된 앨범임을 알렸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이어붙여 완성한 ‘혜화’의 주요 테마는 ‘청춘’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청춘에 대한 위로와 힐링’으로, 이 ‘위로’와 ‘힐링’은 정은지가 솔로 앨범에서 한결같이 유지해온 테마이기도 하다.
정은지는 “앨범 전체적인 테마를 청춘으로 잡고 가서 그 주제에 맞는 노래를 쓰려고 했다. 내가 청춘을 얘기하는 게, 청춘이 꼭 어린사람이라기보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난 지금도 청춘이야’라고 할 수도 있다. 또 이번 앨범 만들면서도 공감이 제일 중요했던 거 같다. 나에게 제일 큰 위로는 공감이었다. 거창한 말보다 같이 있어줄 때가 좋은 거 같다”라고 설명해 ‘혜화’가 모든 청춘들이 친구처럼 공감하고 곁에 있어주는 앨범이 되기를 바랐다.
자연스럽게 앨범은 모두 듣기 편안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곡들로 구성됐으며, 가사 역시 자극적이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어떤가요’와 수록곡 ‘김비서’는 이번 앨범을 대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어떤 가요’에 대해 정은지는 “사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말이 안 되는 스토리다. 일하다말고 그렇게 떠날 수가 없다. 그래도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다. 풀샷이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눈이 편안한 영상처럼 내 뮤직비디오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떠나고 싶은데 뮤직비디오라도 보면서 위안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내 얼굴보다 풍경같은 걸 많이 담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이번에도 향수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는데, 나에게 대입해서 썼다. 그런데 서울 사는 사람도 향수를 갖는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서울 살아도 시골에 대한 향수나 동경같은 걸 느낀다고 하더라. 누군가는 어릴 때 키운 강아지를 떠올릴 수도 있고, 공기놀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생각해 이것저것 (그런 소품을)많이 넣었다. 그런데 뮤직비디오 길이가 너무 길어져서 많이 잘렸다. 마음이 아팠다”라고 ‘어떤 가요’와 그 뮤직비디오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처럼 매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흔적 때문에 실제로 논과 밭이 펼쳐진 시골에서 산 적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정은지는 “내가 논밭을 가꾸면서 산 건 아니다. 해운대 출신이다. 해운대 중심지는 아니고 제일 변두리 쪽이었다. 집 뒤에 산은 있었다”라며 웃어보였다.
‘어떤 가요’가 대리만족이라면, ‘김비서’는 직장인의 애환을 보듬어주는 곡이다.
정은지는 “가사를 쓸 때 이번엔 드라마를 보고 많이 썼다. ‘김비서’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보고 쓴 곡이다. 직장을 그만둬야 여행을 가고 내 삶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 현실이 애잔하더라. 그래서 이것도 청춘의 한부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일을 하면서 (그런 사람을)많이 만난 거 같다. 회사원 언니들도 한참 일하다가 집에 있으면 헛헛하다고 하더라. 주말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런 느낌이 있다고 하더라. 열심히 살았는데 주변에 사람이 없다든지, 그래서 조금 더 위로가 필요했던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은지는 ‘혜화’를 작업하면서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의 직원들에게 이런 직장인의 애환을 느끼게 한 가해자가 되기도 했다.
정은지는 “이번에 정말 고마웠던 게 플랜에이 직원들의 공헌도가 크다. 새벽에도 카톡으로 괴롭히고 그랬다”라고 말했고, ‘덕분에 직원들이 애환을 느꼈겠다’라는 질문에도 “그랬던 것 같다”라고 웃으며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물론 이는 반쯤 농담인 얘기로, 정은지는 함께 앨범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고 밝혔다.
정은지는 “앨범 타이틀인 ‘혜화’는 내가 고등학교를 혜화여고를 나왔다. 보컬트레이너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고등학교 때다. 꿈을 시작한 지점이라 그때 밖에 떠오르지 않더라. 그런 기억에 힘을 받고 있다 보니까, 막연하게 ‘혜화’라고 타이틀을 정하고 하고 싶었는데, 회사 언니들이 정말 예쁜 의미를 담아줘서 기뻤다. 앨범을 준비하는 시간도 정말 즐거웠던 거 같다. 이번에 가족 같은 분위기로 했던 거 같다. 개인적인 마음으론 100% 좋았던 준비 기간이었다. 즐거웠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작업한 거 같다. 그전에는 혼자 고군분투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언니들과 다 같이 ‘혜화’라는 제목부터 시작해서 작업을 다 잘해줘서 개인적으로는 속이 뿌듯한 작업이었다. (‘혜화’의) 피처링은 플랜에이 언니들이다”라고 앨범에 도움을 준 직원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이에 ‘혜화’ 앨범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 직원들에게 보너스라도 챙겨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잠시 머뭇거리는 정은지를 대신해 인터뷰 현장에 있던 직원들에게서 “이미 받았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왔다.
혹시나 정신적인 만족감이나 보람 같은 것을 얘기하는 것인가 싶어 ‘무엇을 받았나?’라고 되묻자 이들은 “정은지가 같이 일한 언니들에게 겨울용품을 돌렸다”라고 덧붙였다.
아무래도 정은지가 자기 입으로 직접 선물을 돌렸다라고 말하기가 쑥스러워서 머뭇거렸고, 이에 직원들이 대신 대답을 해준 듯 한 눈치였다.
이렇게 이날의 인터뷰는 끝이 났지만, 정은지에 대한 필자의 ‘한량’, ‘베짱이’ 이미지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다만 그 대신에 ‘속 깊은’이라는 수식어가 추가됐지만 말이다.
(글·취재|미디어라이징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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