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리포트

[김현식의 시크한가요] ‘모범생’과 ‘문제아’

2018.04.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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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 사진제공|YMC엔터테인먼트

필자는 학창시절 '모범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문제아'로 낙인찍히지도 않았었고, 그냥 그저 그런 학생에 가까웠다. 

가끔 그 점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지내며 선생님들에게 총애를 받고 동시에 여학생들의 동경의 대상으로 떠올랐다면 어땠을까, 청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반항기 넘치는 학생으로 지내며 학교 안팎에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존재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공상을 가끔씩 해보곤 한다. 

하지만 최근 인기 그룹 워너원과 빅뱅 두 팀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서 '모범생'도, '문제아'도 아닌 그저 그런 학생이었던 게 참 다행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겠지만, 두 팀 중 '모범생' 이미지에 가까운 팀은 워너원인데, 그들은 얼마 전 데뷔 이후 가장 거센 뭇매를 맞았다. 음악채널 엠넷의 인터넷 방송인 '스타라이브'를 준비하는 도중 대기실에서 사담을 나누는 모습이 방송사고로 여과 없이 공개된 게 논란의 발단이었다. 

당시 일부 멤버는 '우리는 왜 자유롭지 못 한가', '우리는 왜 정산을 받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잠을 잘 수 없는가', '우린 왜 20%만 받는가' 등의 불만을 토로했는데 이로 인해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은 법, 아이돌도 결국 사람이지 않나

특히 억압된 생활을 하고, 쪽잠을 자며 활동에 매진했는데 그에 합당한 처우를 받지 못한다면 불만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다. 그런데도 워너원은 약간의 불만을 토로했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에게 호된 꾸짖음을 받았다. 

이처럼 비난이 거셌던 이유는 워너원의 독특한 출생성분 때문이었다는 생각이다. 

워너원은 단순한 아이돌 그룹이 아닌, 대중으로부터 모범생 중의 모범생이자 우등생 중의 우등생으로 평가받은 멤버들로 구성된 팀. 이 때문에 대중은 아이돌의 주요 덕목으로 꼽히는 실력, 인성 등에 있어 워너원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듯 보인다. 

마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모범생이 '공부하기 싫어', '야자하기 싫어'라며 투정을 한 번 부렸다가 혼쭐이 난 모습 같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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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그런가 하면, 빅뱅은 '문제아' 이미지 때문에 뜻밖의 논란에 휩싸였다. 빅뱅은 이달 초 발표한 곡인 '꽃길'로 음원차트에서 정상을 휩쓸며 그야말로 '꽃길'을 걷고 있었는데 일각에서 군 복무 중 영리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빅뱅은 다섯 멤버 중 네 명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 중이다. 탑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고, 올해 지드래곤, 태양, 대성이 줄줄이 입대해 현역으로 복무 중이다. 

'꽃길'은 이런 가운데 발표된 빅뱅의 '완전체' 곡으로 음악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빅뱅이 2016년 '메이드(MADE)' 앨범 작업 당시 만들어 놓았던 미발표 곡이었던 것이 음원 발표 전 알려지면서 '꽃길'은 더욱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이러한 관심은 음원차트 성적으로 고스란히 이어졌고, '꽃길'은 국내, 그리고 해외 차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 곡은 언급했다시피 예상치 못한 문제 제기로 논란의 곡이 되어 버렸다. (아직 병무청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빅뱅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비교적 최근 사례를 살펴봤을 때, 박유천과 김재중이 '입대 전 작업해 놓은 곡'이라며 각각 사회복무요원과 현역병 시절 솔로 앨범을 낸 적이 있으나 문제의 소지가 없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그렇다. 

앞서 언급한 워너원이 '모범생'이자 '우등생'이어서 유독 더 심한 질타를 받은 모양새라면, 빅뱅은 일부 멤버가 그간 여러 차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바 있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은 모양새랄까. 마치 '문제아'로 낙인찍힌 학생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자 이곳저곳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좀 이상한 거 아니야?'라고 수군거리는 모습 같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 눈길을 끈 대목은 논란에 대한 워너원, 그리고 빅뱅 측의 대응이었다. 

워너원 멤버들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실망감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깊이 반성하며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모든 행동에 신중하고 겸손한 그리고 성숙한 워너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공손히 사과했는데 이는 흡사 '모범생'들의 반성문 같았다. 

반면, 빅뱅 측은 "'꽃 길'이 2년 전 '메이드' 앨범 작업 때 녹음한 곡인 것을 팬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에게도 알린 사실인데 왜 문제를 삼는 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다소 센 느낌의 어조로 불만을 표했는데 이는 흡사 '반항심 가득한 학생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아무튼 '모범생' 혹은 '문제아'로 살아가긴 참 힘들어 보인다. 워너원은 방송사고 논란 이후 그동안 정산금을 얼마나 받았는지 등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을 부분까지 노출당하고 있고, 빅뱅은 아직도 '문제없으니 걱정 하지마'라는 말을 듣지 못한 채 찝찝한 기분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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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건

럽지훈

너무 반듯반듯해서 더욱 아슬아슬 힘들어 보이는 워너원 ㅠ 사랑하고 응원한다 홧팅

2018.07.30 00:23

한가족

공감 공간

2018.07.03 06:35

윤피치다녤

간만에 기사다운 기사를 봅니다

2018.04.24 11:08

초롱초롱

기사내용 넘 좋습니다 ~

2018.04.17 08:44

강다니엘이라는 별

이런 관점과 접근이 맞는거지요 이상하고 편협된 잣대와 논리로 마녀사냥하듯 채찍하는 무리들때문에 너무 답답했었는데 가슴이 다 후련하네요

2018.04.16 23:12

loved

기사 내용 너무 좋네요. 흠집 내고 싶어 안달이 났던 사람들에게 그 어떤 작은 구설수도 좋은 먹이감이었겠죠.

2018.04.09 12:36

시나브로다녤

공감!

2018.04.04 08:10

아침형댓글러

기사 좋네요

2018.04.03 10:58

아차리포트

no 내용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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