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양준일 “나의 이런 고마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 가수 양준일이 약 30여년 만에 팬들과 만난다.
양준일은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미팅 '선물'의 간담회를 열고 국내 취재진을 만났다.
이날 복귀후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선 양준일은 수십 명의 취재진을 보고 "정말 나를 보러온 것이 맞느냐?"라며 놀랐다.
이어 "3~5명정도 올 줄 알았다. 말을 못하겠다. 이런 자리는 처음이다. 정말 감사하다. 나에 대한 이미지가 헷갈린다. 1주일 전만해도 서빙을 했는데 나를 보러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많이 온 것만 해도 감사하다. 정말 믿기지 않다"라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또 지금의 심경을 묻자 "적응하고 있는데 적으이 잘 되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양준일은 "내 머릿속에 나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있다. 나를 아티스트라고 내 스스로 마음속에서 받아들이면서 거기에 나를 맞춰가는 것 같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손길이 나에게 날개를 달아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슈가맨' 출연도 굉장히 망설였다. '슈가맨'을 출연하고 미국에 돌아온 다음에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전혀 감이 안왔다. 그러다 내가 일하는 음식점에 전화가 왔다. '여기가 양준일 일하는 식당이 맞냐'고 한국분이 전화를 해서 '지금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는데 거기서 그러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화를 내더라. 그때까지도 실질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는데 한국 들어올 때 스튜어디스가 나를 알아보고, 청소하는 분들도 나를 알아보더라. 그때 '어? 이게 무슨 일이지?' 그랬다. 그 청소하는 분들도 '어?'그랬고, 나도 '에이 설마' 그런 반응이었다. 그렇게 적응하고 있다. 적응하고 있는데 계속 또 놀란다"라고 확달라진 주변 상황을 밝혔다.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양준일은 "나와 마찬가지로 가족들도 적응하고 있을 거 같다. 나의 와이프도 내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슈가맨'에서 처음봤다. 와이프가 '나중에 돌아가면 나를 못알아보고 전화번호 달라고 할 거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번 팬미팅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의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양준일은 앞으로의 책의 출간과 과거 음악들의 재발매를 계획하고 있었다.
양준일은 "처음 준비하는 건 책의 출간이다. 많이 받은 질문이 '양준일의 머릿속에 들어있는게 무엇인가'이다. 그걸 조금 더 글로 표현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 준비중이다"라며 "두 번째는 내 음반이 중고시장에서 고가로 팔린다고 하더라. 또 가짜 음반도 나온다고 들었다. 그래서 내가 예전곡을 모아서 재편곡, 재녹음을 해서 팬들이 원하는 피지컬 앨범을 가질 수 있게 하려한다"라고 계획을 알렸다.
다만, 신곡의 발매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양준일은 "지금은 새로운 가사를 쓰고 싶지 않고, (예전곡을)다시 표현하고 싶다. 그 가사들과 노래들을 충분히 표현하고 싶다. 그것을 하고 난 다음에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건 국내에서 활동을 마무리한 후 20여년간이나 음악활동을 쉬게 된 이유이다. 여기에 대해서 양준일은 현실적인 문제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양준일은 "앨범 활동을 접고, 영어를 가르치면서 지냈다. 그때도 내가 영어 책을 만들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너무 힘든 거다. 그때는 주어진 시간 안에 영어를 잘 가르치는 것이 가장 고민이었다. 어떻게 하면 잘가르칠수있는지 고민을하고 에너지를 소비하니까 거기에 집중을 하고 교재를 만들었다. 학원이 아니라 작은 공부방을 운영한건데 그래도 내가 큰 학원들과 경쟁할 수 있었던 건 그런 나만의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지내다 아이를 낳고 나니 당장 아이를 먹여살려야 한다는 부담때문에 닥치는 대로 했다. 고민을 하면서 뭐를 만들어낼 겨를이 없었다. 이번 달을 넘겨야하는 압박감때문에 내 존재감이 없어졌다. 순간순간 닥치는대로 일을 하게 됐다"라고 지난 20여년간의 삶을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양준일이 이런 삶을 후회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삶의 철학은 '현실에 무릎을 꿇어라'이다.
양준일은 "20대의 양준일에게 '모든게 완벽하게 될 거야'라고 한 건, 절대 지금 이런 상황을 말한 게 아니었다. 네가 인생에서 원하는 걸 내려놓았을 때 마무리가 된다는 뜻이었다. 네가 원하는게 K팝스타였으면, 그것을 내려놓으면 너도 받아들이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마무리가 된다는 의미였다"라고 '모든게 완벽하게 될거야'라는 말의 의미를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런데 그게 이렇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지금 내가 10대로 돌아가도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10대, 20대, 30대, 40대에 원하느게 다 다르다. 지금 원하는게 10년, 20년 후엔 원하는게 아니 게 될거니 내려놓으면 힘들 필요가 없다는 마음이었다. 지금 K팝스타를 원하는건 아니었는데 더 이상 원치 않으니까 이루어졌다. 그런게 정말 신기하다. 내려놓는게 힘들었기에 지금 다시 원하는게 옳은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지금 바뀐 상황에서 다시 한번 과거의 양준일에게, 혹은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밝혔다.
양준일은 "현실에 무릎을 꿇으면 마무리가 된다. 20대의 꿈이 모든 게 아니다. 그걸 내려놓은면 새로운 걸 받아들일 수 있으며, 한 단원이 마무리된다. 내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 못했다"라며 "예전의 양준일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또 하나있다면, 그때 내가 1집, 2집을 내고 3집을 낼때는 굉장히 힘들었다. 그런데 나의 모든 것을 걸고 한 번 더 앨범을 내고 싶은 욕망이 굉장히 컸다. 그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나니까 잘 되든 아니든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때 쓴 가사를 다시 들어보면 이게 마지막 앨범이라는 걸 내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꿈이 이루어질 수 없는 걸 알고 있지만,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언제나 현실에 무릎을 꿇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당시 양준일이 필요없다고 해서 떠난 것도 받아들이고, 지금 돌아와서 환호하는 것도 받아들이고 그런다. 모든 게 내 계획대로 안되고 있다. 20대도 그렇고 50대도 그렇다.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라며 담담히 자신의 깨우침을 밝혔다.
이런 인생관의 양준일이기에 당분간은 지금의 상황을 만끽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주려한다. 게다가 그는 스스로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에서 거주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했다.
양준일은 "나는 대한민국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가수 활동을 안 할 때도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에 있었다. 미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돌아갈 때는 다시는 한국에 못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미국에 있을 때도 '한국에서 살고 있지 않은 게 더 낫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왜냐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한국에서 활동할 당시)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대해주는 분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노사연 누나나 민혜경 누나가 그랬고, 제니하우스 누나도 나를 잘 챙겨줬다. 그런 따뜻한 분들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받을 수 없었던 그런 따뜻함이 한국에서는 늘 필요할 때마다 있었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할 때 슬프지가 않다. 그런 일들이 있어 떠났지만 더 좋은 추억이다. 그런 것을 소중하게 갖고 싶지 (좋지 않은)해프닝은 버리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나를 따뜻하게 받아준 분들이 있어서 한국을 사랑한다"라고 한국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양준일은 팬들 역시 아쉬워하거나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랐다.
양준일은 "팬들은 나에게 미안할 필요가 없다. 나도 그런면에선 똑같이 미안하다. 그냥 양면성이다. 그때 나도 떠날 수밖에 없었고, 팬들이 있는지도 몰랐던 게 미안하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고 그런걸 경험하면서 얻은게 많다. 한 순간도 버리고 싶은 건 없다. 내 머릿속의 쓰레기를 버린다는 표현을 많이 했지만, 그 쓰레기속에도 보석이 있다. 그것을 잘 찾는게 중요한 거 같다. 그게 내 인생을 살고 풀어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 나를 환영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지 않았던 기억들을 다 풀어버리게 해준다. 정말 믿기지 않은 경험이다. 미안한 마음보다 정말 고맙고, 나의 이런 고마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팬들과 대한민국을, 감히 감싸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더불어 그는 "나는 한국에 들어와서 살고 싶다. 연예활동을 하는게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 그럴 수 있는 조건이 이루어지면 그러고 싶다. 지금은 여러분이 원하는 동안 (못다한)활동을 하고 싶다. 당분간은 한국에서 머물며 활동을 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이며 앞으로 자주 보고 만날 수 있는 양준일이 될 것을 약속했다.
한편 1991년 데뷔한 양준일은 '가나다라마바사', 'Dance with me 아가씨', '리베카' 등의 히트곡을 남겼지만 2집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상에서 그의 세련된 노래와 파격적인 안무, 뛰어난 패션 스타일이 주목받으며 '탑골 GD' 등으로 불리는 등 화제를 모았다.
또 최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 출연해 뜨거운 주목을 받았고,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에서의 활동을 선언했다. 31일 개최되는 팬미팅 '선물'은 양준일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에 보답하기 위해 준비한 자리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최현정 기자 gagnrad@idol-chart.com저작권자 ⓒ 아이돌차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9.12.31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