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리포트
[김현식의 시크한가요] '패기 甲' 산이가 그리는 큰 그림
2018.12.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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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맘때, 산이는 뜨거운 이름이었다. 행보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산이는 '나쁜X'(BAD YEAR)이란 곡을 발표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던 때이자, '왜 시국을 풍자하는 랩을 하는 래퍼가 없냐'는 목소리가 컸을 때였다. 대중적으로 인지도 높은 래퍼들이 침묵하고 있던 가운데, 산이는 보란 듯이 '나쁜X'를 발표해 시국을 꼬집는 랩을 내뱉었고, 인기곡들을 제치고 음원차트 1위까지 찍으며 주목받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도 산이는 뜨거운 이름이다. 여전히 행보가 남다르다. 산이는 많은 이들이 언급 자체를 꺼리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다룬 랩을 내뱉고 있으며, 그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메갈', '워마드', '일베' 등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극단적 성향의 세력들이 산이가 주로 비판하고 있는 대상이다.
산이는 그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결코 쉽지 않은 길을 자청해 걷는 중이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패기 甲'이라 할 만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마녀사냥이 벌어지는 시대라는 점에서 그렇다. 온라인상에서 순식간에 여론재판이 마무리되고, 그 결과 죄인으로 낙인찍힌 대상은 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국민 욕받이'가 되어 버리는 세상이다. 특히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들은 마녀사냥을 당하는 대상이 되기가 더욱 더 쉽다. SNS에 남긴 글 한 줄, 사진 한 장으로도 이미지가 일순간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갈수록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입을 닫는 연예인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래퍼들마저 혹여나 인기가 떨어질까 입을 받아 버리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산이는 오히려 자신의 입에 마이크를 갖다 대고 더 크게 목소리를 내며 소신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최근 SNS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거제 묻지마 살인' 등 각종 사건사고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분노를 표했고, 미국의 총기 문제를 다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미국 래퍼 차일디시 감비노의 'This Is America'를 오마주한 'Wanna be Rapper'를 발표해 현 대한민국 사회와 힙합계를 전방위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던 중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을 계기로 쓴 곡인 'FEMINIST'를 발표한 뒤 꽤 많은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맞기도 했지만, 자신이 택한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산이는 '6.9cm'라는 새로운 곡과 입장문을 통해 '페미니스트' 가사에 대한 부연 설명과 해명에 나섰고, 공연장에서 '산하다 추이야'('산이야 추하다'는 뜻), 'SanE the 6.9cm boy'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자신을 조롱한 이들에게 '돼지 인형' 세례를 받은 뒤에는 '웅앵웅'이라는 곡을 추가로 발표하며 다시 한번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들을 향해 날을 세웠다.
흥미로운 점은 산이가 유튜브에 개인 채널에서 비판 주제를 점차적으로 확장해 나가며 더욱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얼마 전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음주운전을 한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고,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에게 쓴 소리를 했다. 공연장에서 벌어진 일을 앞뒤 자르고 입맛대로 보도한 한 공중파 채널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수차례 설명과 해명을 했음에도 여전히 일각에선 그가 발표한 곡의 가사 중 자극적인 면만을 부각해 '산이=여혐래퍼' 프레임 맞추기에 여념이 없지만, 산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점점 더 많은 이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그는 유튜브 구독자 수가 30만 명을 돌파하자 기념 영상을 올리고 아래와 같이 말했다. 산이가 앞으로 해당 영상에서 언급한 바대로 실천을 이어나간다면 그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비난의 목소리는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산이의 이름은 게속해서 뜨거운 이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는 앞으로도 이 채널을 통해 소신 있게 사회적 문제들, 그리고 '메갈', '워마드', '일베'의 비도덕적인, 그리고 비상식적인 문제들과 행동들, 사회의 악인 혐오를 일반화시키는 프레임을 부숴버리겠습니다" "혐오 조장, 악의적 편집, 거짓 선동, 댓글 조작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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